옛날에는 서울도 소주 3000원, 안주도 10000원 미만 이런 곳들이 좀 있었죠? 퇴근하고 한두 잔 기울이며 사장님 대신 아저씨, 아주머니, 이모라 부르며 정겨웠던 작은 가게들이 이제는 추억 저편으로 밀린 것 같습니다.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정겨운 분위기의 술집이 한티역과 선릉역 사이에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.

한티역과 선릉역 사이에 있는 철수네 포차입니다.



아니? 아직도 이런 분위기의 가게가? 그것도 강남에?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입니다. 주택가 한쪽에 조용히 자리 잡고 테이블 대여섯 개와 조리실 주위에 모야 앉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전부인 아담한 술집입니다.

일단 메뉴를 좀 볼까요?



꼼장어, 굴비구이, 꽁치구이, 오돌뼈볶음, 뼈없는닭발, 철판새우소금구이, 양념돼지갈비, 오징어볶음, 새성이버섯구이 등등등등... 맛있는 메뉴들이 즐비하고 거기에 가격도 매우 저렴합니다. 요즘 같은 때 9000원에 안주 하나 시킬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입니다. 소주도 무려 3000원! 2018년 서울의 물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이네요.

마른 멸치와 고추장, 그리고 미역국이 기본 안주입니다. 미역국이 걸쭉한 게 맛있었습니다.



주문을 하고 벽을 보는데, 주인아저씨께서 직접 쓴 삶에 대한 고찰이 걸려있습니다.




뭔가 있어 보이죠? ㅎㅎ

주문을 하면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철판에서 바로 요리해 줍니다. 그래서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, 그래서 더 맛있는 것 같아요.



글을 읽으며 기다리는 사이 주문한 꼼장어가 나왔습니다.



꼼장어를 이런 식으로 먹어본 것은 또 처음이네요. 적당히 기름지고 고소한 것이 맛이 좋습니다. 아주 간단하게 한두 잔 걸칠 수 있는 술안주로 이만한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.

꼼장어가 맛있어서 이번에는 오돌뼈를 시켜봤습니다. 역시나 철판에서 바로 요리한 오돌뼈입니다.



꼼장어가 너무 맛있어서 그랬는지 오돌뼈는 조금 평범하게 느껴졌습니다. 살짝 매웠던 것 같기도 하고... 그래도 느끼하거나 기름지지는 않아서 괜찮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.

주제를 바꿔서 조개구이나 버섯구이를 먹으려 했는데, 우리가 갔던 날은 재료가 다 떨어져서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. 그래서 아쉽지만 간단한 유동골뱅이 한 캔을 시켰습니다.



별건 아니고, 시중에서 판매하는 캔에 담긴 골뱅이에 고추와 양파와 깨 그리고 참기름을 살짝 넣은 간단한 요리입니다. 간단해도 꽤 맛있더라고요. 이건 집에서 따라 해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.

이제 많이 먹어서 가도 되는데, 뭔가 알 수 없는 아쉬움에 오징어 볶음을 주문했습니다.



짜쟌~ 우리가 생각하는 그 집에서 먹던 오징어 볶음의 맛 그대로입니다. 너무 맵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게 잘 볶아진 오징어 볶음이 입맛에 잘 맞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.

이렇게 맛있게 먹다 보니 어느새 손님이 다 떠나고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 되었네요. 사장님 혼자 다 정리하시려면 힘드실 정도로 장사가 잘 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.



2차로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, 8~9시 넘어가면서 자리 잡기가 힘들어 보이더라고요. 방문하실 분은 조금 서두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~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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